16

테사츄 님 작품 (2)

(당신은 임무를 끝내고 귀환하고 있다. 갈 때와 올 때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가 둘이 되었다는 것. 당신의 우주선에는 한 소녀가 숨 쉬고 있다. 아직 대화도 제대로 나눈 적 없으나, 당신은 그를 무척 잘 알고 있다. 동굴에서 고개를 내민 곰의 얼굴처럼 전자 반응을 받은 우주선 디스플레이가 밝게 빛난다. *현애다.) "아, 선생님. 선생님이 주신 언어 패치 팩은 잘 받았어요. 그런데…… 뭔가 문제가 있어서……. 옛날에 그 패드 기억나시죠? 네, 그거 다시 써봐요. 자, 잘 보이세요?” (당신은 터치스크린을 만진다. 순간, 그의 얼굴이 밝아진다.) “완벽해요! 이걸로 우리는 다시 대화할 수 있어요. 옛날의 방식처럼요. 네, 선생님. 기억하세요? 제가 당신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나누면, 그중 당신에게 가장 가까..

테사츄 님 작품

그 사람을 처음 본 것은 무척 멀리서. 난 아직도 또렷이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문틈의 작은 사이를 한가득 채운 푸른빛. 그 사람은 '지구의 바다' 같았다. 집안 어른의 뒷모습에 가려져 반쪽뿐인 눈과 손동작. 내게 그녀는 결단코 직접 볼 수 없는 미지였다. 한껏 귀 기울여 그 목소리를 듣는 게 고작인. 내가 별생각 없는 아이였다면 그 자리에 바로 뛰쳐들어가 그 사람과의 첫 만남이 좀 더 빨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건방진 꼬마라는 첫인상을 피할 수 없었겠지만. 만일 그날, 정면에서 그 사람을 봤더라도 나는 그를 '바다'라 생각했을까. 만일은 만에 하나, 아주 희귀한 확률일 뿐. 내가 그런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사람을 이렇게 그리워할 수 있는 거겠지."아까 통신하던 분, 누구예요?""*뮤트라는..

황정 님 작품 (2)

[1] “ 미안하다 아가야... ” 아버지는 눈물을 흘렸다. 어째서 지금의 기술로는 어찌할 수도 없는 불치병이 하필이면 하나밖에 없는 딸에게 걸린건지. 미래에는 분명 치료법이 나올거야. 그럴거란다. 조금만 안에서 기다리렴. 좀 아플거란다. 아버지는 동면장치를 기동시켰다. 아버지가 말하는 미래가 언제일지 모른다는 사실은 어린 마음에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지만 나는 차마 도망갈 수도 없었다. 나보다도 더욱 눈물 흘리는 아버지를 봤으니까. 꼭 나을테니 희망을 잃지 말고 조금만 잠들어있어 달라고 말하는 아버지가 나보다도 더욱 어린아이같이 엉엉 울고 계셨으니까.마음을 제대로 먹은 것은 그때였다. 미래에는 꼭 나을게요. 아빠. 아빠, 사랑해요. 보고싶을 거예요. 뺨에 닿는 큰손이 거칠었지만 따뜻했다. ..

황정 님 작품 (1)

Analogue: A Hate Story*뮤트 “ 여자들은 다 그래, “ 감정에만 얽매여서는 이성적인 판단이라곤 제대로 내리지도 못하지. 여러 기생들이 쓴 사랑시도 봐. 여자는 감정에만 치중해서 제대로 된 시를 쓸 수가 없어. 중에서도 멍청한 여자들은 비웃음을 알아서 사기나 하지. 그냥 얌전히 남편님을 여기면서 조용하게 입을 다물고 내조에만 힘쓰면 되는 걸 말이야. 그 살인마를 봐도 그래, 여자한테 그렇게 강한 힘을 주니까 그런 대재앙이 일어난 거라고. 그러니까, 여자들은 다 같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뮤트는 입을 뻐끔거리더니, 잠깐 머뭇거렸다.그리곤 덧붙였지. 아니, 그래도 그 사람은 조금 달라... 흐려지는 목소리의 끝은 시선으로 변하여, 그 시선에 닿았던 이는 “ -아름답진 않았지만. ” 그렇지만 ..

아날로그:속마음

원본 링크 저작자 : @ktx54123 나는 이 우주선에 몇백 년을 갇혀있었다. 내가 내 혀를 자른 그 망할 개자식들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를 한 뒤에 나는 AI가 되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정말이지...... 굉장했다. 나를 위해 이야기도 들어주고, 그 원자로를 정지시켜서 내 목숨까지 구해준 사람이다. 그 원자로를 그렇게 능숙하게 다룬 거 보면 그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내가 그들에게 혀를 잘리고 무궁화호의 생명 유지 장치를 꺼버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해줬고. 나는 그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이름은 뭔지 그런 것들도 모르지만 상관없다. 사이에 *뮤트가 끼어있는 것 같지만 잘 정리됐을 거라 믿는다. 이제는 ..

잘못된 생각-3가지

원본 링크 저작자 : 알터드 [-2] 이보게, 젊은이- 이제 가시는가. 홀로 가시나 둘이 가시나, 아니면 셋이 가시는가. ...아무렴 어떠하리. 홀로가면 어떠하리, 둘이가면 어떠하리, 셋이가면 어떠하리. ㅡ잔약신부님이나, 신령님중 누굴 대려가든 이 몸이 알바가 아닌 것을 .....하지만 그래도, 이 늙은 몸의 하소연을 듣고 가시는게 어떠한가. [-1] 이 몸은 내시일세, 사내도 계집도 아닌- 날때부터 내시였고 클떄도 내시인 그런 몸일세. 황후마마처럼 복있을 때 깨지는 알에서 태어나, 평생 황제폐하를 섬겨왔지만, 이젠 이렇게 전자 불쏘시개가 된 사람일세. ...그리고 지금 이몸은 젊은이가 놓치고 가는 것을 말해주고, 이 세상을 뜨고자 하네. ....이몸이, 이몸이 눈을 뜨기도 전에- 알안에 나를 넣어주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