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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생각-3가지

2012. 10. 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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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자 : 알터드

 

[-2]

이보게, 젊은이- 이제 가시는가. 

홀로 가시나 둘이 가시나, 아니면 셋이 가시는가. 

 

...아무렴 어떠하리. 

홀로가면 어떠하리, 둘이가면 어떠하리, 셋이가면 어떠하리. 

ㅡ잔약신부님이나, 신령님중 누굴 대려가든 이 몸이 알바가 아닌 것을 

 

.....하지만 그래도, 이 늙은 몸의 하소연을 듣고 가시는게 어떠한가. 

 

 

[-1] 

이 몸은 내시일세, 사내도 계집도 아닌- 날때부터 내시였고 클떄도 내시인 그런 몸일세. 

황후마마처럼 복있을 때 깨지는 알에서 태어나, 평생 황제폐하를 섬겨왔지만, 이젠 이렇게 전자 불쏘시개가 된 사람일세. 

...그리고 지금 이몸은 젊은이가 놓치고 가는 것을 말해주고, 이 세상을 뜨고자 하네. 

 

....이몸이, 이몸이 눈을 뜨기도 전에- 알안에 나를 넣어주신 친아비가 남긴 기록을 읊고 떠나고 싶다네. 

 

 

[1] 

태초엔. 남여평존(男女平尊)이였다고 하네. 

아마 자네가 태어났을 땅에서, 우리들이 떠났을땐 분명 그랬다고 하더군. 

먼지벌래가 상처를 고치고, 꿀이 가루처럼 휘날리며, 무쇠로 된 하인들이 만인을 떠받들었다고하더군.

계집이나 사내가 황제가 되어 배를 이끌고, 모두가 저 별 사이에 땅과 하늘이 끝없이 펼처진 극락을 꿈꾸며 살았다더군.  

 

사내가 계집을 위해주며, 계집이 사내를 존중하며 

남녀일세합일석을 부르짖기도 했던 그런 떄였다더군. 

 

....이 몸으로선 놀랄 뿐이였네, 아니 솔찍히 말하자면 식겁했네.

그리고 이해했다네. 왜 옹알이만 하던 이몸이 아비손에 '알'속에 갇힌채  별들사이로 쏘아보내진 건지 말일세. 

ㅡ이몸은 날때부터 사내도, 계집도 아니였다네. 그래서 그랬던 게야. 젊은이가 있었던 세상엔, 난 있을 수 없던 게야. 

 

하지만, 이때부터 누군가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될줄 누가 알았겠나... 

 

 

[2] 

솔찍히 말하겠네. 

왜 자네가 만난 '신령님'이 계집의 모습인지 알고 있는가? 

'사내는 존귀하고 계집은 비천하다'라는 게 이 몸이 살았던 세상인데, 왜 신령님만은 계집이였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그것이 바로 첫번째 '잘못된 생각'이였다네. 

황제가 된 한 계집이, 떠나온 고향의 사상을 여과없이 듣어온 계집의 아집과 

이 '무궁화'라는 나라를 만든 계집들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 합처진 걸작이였던 게지.  

계집이 '신령님'을 부려서 글과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대로 무쇠마당쇠들이 두들겨 만들어진 이 '무궁화' 말일세.

 

ㅡ하지만 생각해 보게나. 만일 그 '무쇠 마당쇠'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면,  계집들이 왜 사내를 두러워 했겠는가? 

 

그랬다네. 신령님들 안에 '벌래'가 있었던 게야.

사내 신령님을 모조리 죽이고, 계집을 위한 신령님과 마당쇠만을 남기는 그런 벌래가 있었던 게야.

어느순간, 납불꽃을 쏘는 쇠뇌와 무쇠 마당쇠가 계집들의 손에 넘어가 있었고- 조그만한 분란이 모든것을 뒤집었지.  

 

여존남비(女尊男卑)-계집은 귀하고, 사내는 천하다.

아이를 배고 섬세한 계집은 귀하지만, 색을 탐하며 투박한 사내는 비천하다. 

 

그리고, 그 생각이 또 '잘못된 생각'을 불러왔다더군....

 

 

[3] 

....젊은이, 한 인간들이 생각하는 사상은 어떻게 없에야 하는줄 아는가? 

그리고 한번 세워진 사상이 어떻게 무너지는 줄도 아는가? 

-안에서부터 무너진다네, 스스로 품은 모순에 이기지 못해서 무너지고 만다네. 

 

생각만 하면 무쇠 마당쇠가 모든 것을 이루어주는 계집들의 사회도 그랬다네.

떠나온 곳의 욕망과 쾌락에 젖어 있던 그 계집들은 조금씩 조금씩 [본래 모든 이들이 써야할 자원]을 낭비하기 시작했고. 

....그리고 내가 잠든 '알'속의 풍경은, 내가 떠나온 '젊은이의 고향'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것이 되버렸어. 

 

그래. 그런게야. [또] 모든 걸 허비한 게야. 

납화살은 동이 났고, 무쇠 마당쇠는 녹이 슬고 배고파 숨젔으며, 계집들은 팔 다리도 제대로 갸눌 수 없게 되었단 말일세.

여전히 별과 별 사이는 날아 다니고 있었지만, 이젠 그것은 하염없이 공허하기 짝이 없는 구호가 되버렸고 

그리고 그 계집들이 동물원의 짐승들을 보듯 가꾸어놓은 '건장한 사내자식'들 밖에 남지 않았던 걸세. 

 

그리고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젋은이는 이제 알거 같군. 

어째서 우리들이 '먼 과거'로 돌아가는 길을 걸었는지..... 

어째서 우리들이 다시금 '계집'을 천하게 여기고 있었는지....

어째서 그 '계집 신령님'이 같은 계집을 천하게 여기도록 [변했는지]....

 

웃기지만 이게 사실이라네, 젊은이가 알 수 없던 [함선력]이전의 과거였단 말일세.... 

 

 

[5] 

...마지막 잘못된 생각은 젊은이도 알겠지.

바로 젊은이가 처음 만난, '진악신부'님이 모두 말했을 테니 말이야. 

 

사실, 이 늙은이는....그닥 누구를 원망하지도 저주하고 싶지도 않다네. 

이몸은 그저 날때부터 사내도 계집도 아니니, 그저 내시처럼 편하게 살아왔다네. 

아마 자네가 있던 세상에 이 몸이 있었더라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테야. 

 

하지만 말일세 ㅡ젊은이. 지금 자네는 단지 '일'을 위해 거기에 있는 것 일지도 모르지만, 

이 늙은이가 말한 이야기가 만일 보이고 듣고 있다면 

꼭 여기서 일어난 일을 가슴에 세겨주게나. 

이 늙은이가, 홀로 이 무궁화와 목숨을 같이 하기 전에 이 말은 하고 싶구만. 

 

이 늙은이는 이 조그만한 세상이 어떻게 사그라져 갔는지 똑똑히 보았다네. 

...사내들에게 보고 듣는 자유마저 '짐승'이라고 욕하던 계집들과 

...계집들에게 앞날을 강탈당했다며 분노하며 개처럼 그애들을 두들겨 패던 사내들과 

...그리고 사내들에게 혀도 자유도 잃어버린채 죽은 그 가여우신 '진악신부'님도 말일세. 

 

...그리고 이렇게 부스러기가 되어 젊은이를 보고 있자니, 없던 눈물이 핑 돌려고 하는 구만.   

 

 

[0] 

이보게, 젊은이- 이제 가시는가. 

홀로 가시나 둘이 가시나, 아니면 셋이 가시는가. 

 

아무렴 어떠하리. 

홀로가면 어떠하리, 둘이가면 어떠하리, 셋이가면 어떠하리. 

.....하지만 이 늙은이가, 홀로 이 무궁화와 목숨을 같이 하기 전에 이 말 한마디는 하고 싶구만. 

 

하나의 잘못된 생각이, [남녀가 평등하지 않다]라는 그 한가지 착각이. 

 

....이 세상에 얼마나 큰 비극을 불어왔는지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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