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자 : @analoguegreen
원작: 아날로그 헤이트 스토리
안내사항: 해당 이야기는 헤이트 스토리에서의 하렘엔딩 기반이며, 헤이트 플러스가 발매되기전 설정 기준입니다.
자체 심의: 12세 이용가
“보모가 뭐야, 보모가. 와-씨. 이건 또 왜 안 들어가?”
툴툴거리며 가방에 옷가지와 몇 가지 여행 도구를 욱여넣다 진이 빠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간 탐사 임무마다 역사 학회에서 지급해주는 패키지로 다 해결하던 게 습관이 돼서 모처럼의 휴가 때 어딘가 갈 채비를 하는 중에 계속 헛 손이 되고 있다.
그냥 난 집에 있고, AI들만이라도 갔다 오라고 차편이랑 숙소 다 처리하는 게 편할까 싶어 예약 센터에 접속했다. 지도와 달력을 보며 손가락이 점점 시계추가 되던 중 결제 항목들에는 숫자 ‘3’이 채워진 채 완료됐다.
“예약이 완료됐습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안내 음성을 건성으로 들으며 잠시 의자에 몸을 늘어뜨린 채 잠시 빈둥거리다 기상 관리국에 접속해보니 강릉 일대 바다 예보 상 날씨는 쾌청이라 한다. 다만 바다 인근이다 보니 기상 제어 가능 레벨이 약간 낮은 등급 표기가 보여서 만약을 위해 실내에서 놀 거리로 뭘 준비할지 잠시 궁리해봤다. 마땅히 떠오르는 건 없고 뭘 좋아할지도 잘 모르니 가는 길에 챙기는 게 나으려나?
의자에서 몸을 떼어내듯 일으켜 세워 거실로 나가니, 종이 지도에 둘러앉아 패널과 책을 들여다보며 뭔가를 읽고 있는 *현애와 *뮤트가 보인다. 패널에 주변 풍경 사진 약간과 음식 사진 같은 게 가끔 지나가는 걸 봐선 여행지 사전 조사라도 하나? 그보다 저 의체 모델에 ‘먹는 시늉’ 기능이 있었나 싶어 조용히 방으로 돌아와 무궁화호 생존자들에게 지급된 의체 모델용 개발 문서에서 검색해봤다.
제조국: 통일 한국
… … …
… … …
-먹는 시늉: 식문화에 문화적 이해 비중이 높은 문화권 특성상 포함된 기능이지만 내부 칩셋 보호상 너무 뜨거운 음식물은 금해야 하며, 부수적으로 착색이 잘 되는 음식물은 권장치 않습니다.
AI 보호 관찰 임무는 이번이 처음이긴 해도, 전에 얼핏 들었던 부가 옵션을 실무에서 보게 될 줄 몰랐다. 게다가 나 같은 경우 입이 짧은 편이라 먹거리에 딱히 흥이 안 나다 보니 오히려 내 쪽이 먹는 시늉을 하게 될 판이기도 해서 잠시 실없이 웃으며 의체용 식사 메뉴가 제공되는 식당들도 검색해 저장하고 다시 거실로 나갔다.
“얘들아~ 잠시만 집중.”
“뭐야, 한참 조사하고 있는데?”
“선생님도 같이 보실래요?”
“다름이 아니라, 시계 좀 볼래?”
“무슨 산수 교실도 아니고, 23:17이잖아?”
“수업 시간은 아니고, 잘 시간이라 다들 충전기 연결 잊지 말라고. 그리고 세종에서 강릉까지 차편으로 20분인 거 잡았으니깐 내일 오전 9시에 출발 예정이라고. 난 이만 잘테니깐 너무 큰 소리 나지 않게만 해.”
“어… 내일 뵙시다, 나으리.”
“제가 깨워 드릴까요?”
“성의만 받을게. 그럼 이만”
침대에 눕기 전 다시 한번 가방을 잠가보니 잘 된다. 단기 여행 일정만큼 작은 여행 짐에 눈을 떼며 개인 통신 패널에서 외부 통신을 내일 점심까지 비활성으로 걸어놓고서야 눈꺼풀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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