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아날로그 헤이트 스토리
안내사항: 해당 이야기는 헤이트 스토리에서의 하렘엔딩 기반이며, 헤이트 플러스가 발매되기전 설정 기준입니다.
자체 심의: 12세 이용가
「안내방송 드립니다.
5번 플랫폼 온누리호. 오전 9시 출발 예정입니다. 승객 여러분은 차편을 확인 후 승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5번 플랫폼 온누리호. 강원도 지방행 오전 9시에 출발 예정이오니 승객 여러분은 차편을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5번 플랫폼 온누리호. 탑승 시 발밑에 수화물 및 장해물로 인한 사고에 대비하여 주시고 안전원의 안내에 따라주시길 바랍니다.」
객차밖에 퍼지는 안내 음성에 따라 전광판에 세계 공용어와 다른 언어로 몇 개 더 표기되는 게 흘러갔다. 그에 따라 발걸음이 달라지는 부류와 별 차이 없이 걷거나 서 있는 승객들을 보고 좌석의 쿠션에 자세를 고쳐앉으며 열차가 움직이기까지 초읽기를 해본다….
“넌 또 뭘 그렇게 두리번거리냐?”
“처음 보니 둘러보는 거 가지고 왜 그래?”
뭔가 아웅다웅하는 소리가 들리길래, 일행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승차할 때부터 여기저기를 목 빼고 구경하는 현애를 못마땅하게 보고 있던 뮤트는 우리 쪽을 보면서 조용히 키득거리는 꼬마들을 눈짓과 고갯짓으로 가르치면서 체통 머리 없음에 훈계를 하고 있었다.
“저기… 지금 네가 더 소란스러운 거 아니, 혹시?”
“젠장-”
빈정이 상한 뮤트는 의자에 푹 기대어 앉은 채 심통한 표정으로 나와 현애를 매섭게 쳐다봤다. 이러다가 싸움 나는 거 아닐까 하던 중 외투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든 현애가 꿋꿋이 게임을 하자고 하니 이에 질색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대체 몇 세기 문화?’
하얀 카드 같은 걸 객석 탁자에 펼치더니 뭔가를 설명하고 그걸 마지못해 듣는 시늉을 하는 일행을 가만히 구경했다.
「안내방송 드립니다. 오전 9시 출발 강릉행 온누리호. 이제 곧 위치 전송을 시작합니다. 출입문 끼임에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오전 9시 강릉행 온누리호. 위치 전송 중 발생하는 좌표사고 예방을 위해 출입문 끼임에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눈을 깜박하니 창문 밖 풍경이 약간 달라졌다. 시계를 보니 9시 5분 13초, 강릉역에 도착했다.
「오전 9시 출발 강릉행 온누리호. 강릉역에 도착했습니다.」
「오전 9시 출발 강릉행 온누리호. 전송 직후 입자 안정을 위해 약 1분 후 출입문이 개방됩니다.」
“도착했으니깐, 문 열리면 나가도 돼.”
“뭐?”
“네?”
그 새 탁자에 카드를 다 배치해서 시작하려던 건가? 좌표 전송을 위해 특수 코팅된 내부에서는 전송되는 동안 시간 흐름이 0에 가깝게 느려지는 걸 알 턱이 없던 이방인들이니 목적지 도착에 대한 알림에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 맞은편에 앉은 꼬마는 이 상황이 마냥 재미난 것인지 배시시 웃으면서 팔걸이에 턱을 올린 채 쳐다보고 있자, 아이 보호자가 조용히 말리고 있었다.
결국, 마지못해 일행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당황하지 말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그냥 물건 다 챙겨도 내리자.”
“음…”
“저기 죄송해요, 선생님.”
도(道) 단위로 이동하는 교통수단이 무궁화호에 있을 이유가 없고, 지식으로만 접할 때 생략되는 부분들을 현장에 겪으면서 당황하고 있는 게 다른 누구도 아닌 AI들인 상황이라 굉장히 미묘한 심정이다. 학습장치를 더 손볼 곳이 있다는 소리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