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아날로그 헤이트 스토리

안내사항: 해당 이야기는 헤이트 스토리에서의 하렘엔딩 기반이며, 헤이트 플러스가 발매되기전 설정 기준입니다.

자체 심의: 12세 이용가

 

 

「승객 여러분께 알립니다. 잊으신 물건 없이 객차에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승객 여러분께 알립니다. 객차에 내리면서 개인 짐을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번잡함을 피하고 싶어서 의자에 일어나 등받이에 약간 기댄 채, 객차에 서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꼬마는 보호자에게 안겨서 앉아있던 자리에 점점 멀어지는 걸 빤히 쳐다보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손을 흔들더니 다시 배시시 웃으면서 바로 옆에 있는 어른 머리에 얼굴을 반쯤 숨긴 모습은 객차 출입문을 잠시 액자로 만들고 곧 사람들 사이로 흘러가 더는 어디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됐다.

 

“우리도 이제 내리… 응?”

“아니… 저 괜찮아요!!! 내리면 되는 거죠?”

“뭘 그렇게 나라 잃은 표-읍으읍?”

“뮤트 너도 참. 별 희안한 소리를. 선생님 어서 내려요.”

“푸 화학-!!! 야! 김현애!”

 

 문득 조카들이 보고 싶다. 걔들은 서로 싸운다고 해도 머리가 내 허리쯤 오는 터라 어른 한 명이 안아 들거나 해서 강제로 중단하기라도 가능하지만, 겉과 지식만 사회인인 AI들을 보면서 머리가 살짝 띵해진다….

 

“얘들아… 제발 내리자. 부탁이다.”

“앗! 저… 죄송해요. 얼른 내리도록 해요.”

“양반 품위도 없게.”

“오와… 시대착오 말버릇이 또.”

“뭐가?”

“아… 아니야. 다들 내리자.”

 

 멋쩍게 뺨에 손을 대면서 객차 내 현애의 행동을 되짚어봤다. 여행길에 뭔가 놀이 같은 걸 하는 행동이면… … …. 승강장에 내려 출구로 이동하는 무빙워크에 선 채 머릿속 허공에서 존재감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 계속 긁어모았다.

 여행, 오락행위, 실망한 기색… 예전에 무궁화호에서 현애가 한 말들이 조각조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수학여행, 친구들, 가고 싶었다… 그리고… 단어로만 알던 광장…. 그런 거였구나.

 현애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귓말을 했다.

 

“현애야. 출구에 나가면 워프 스테이션 광장이야. 학회시설과 달리 여긴 정말 광장이야.”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을… 어? 설마 기억해주고 계…”

“여보세요~ 다들 나만 놓고 무슨 밀담을 하는 게냐?”